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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라는 것을 소개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에 교회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은총이 충만한 사순시기" 또는 "사순시기는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다."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되어진 표현을 가장 최근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1년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에서 사용하신 바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사순시기를 슬픔의 시기, 우울한 시기로 생각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하시면서 사순시기는 하느님의 값진 선물이자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풍요롭고 충만한 의미를 지니는 시기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회가 전통적으로 사순시기에 대하여 사용하는 이 표현, 즉 "은총이 충만한 사순시기"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은총이 충만한 사순시기" 또는 "사순시기는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다"라는 이 관습적인 표현에 대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두 가지 설명 내지는 소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순시기가 은총이 충만한 시기인 이유가, 이 사순시기의 끝에 고통받으셨고 죽으셨던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단순한 설명입니다.

분명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것은 신앙인들이 보유할 수 있는 기쁨과 희망의 원천이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은총의 절정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소위 "예수그리스도의 부활 때문에 사순시기라는 것은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다."라는 식의 이야기 말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이러한 설명이나 소개는 빈약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순시기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라는 것을 간과하거나 훼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유불문하고 사순시기는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기 때문에 참고 인내해야 하는 시기이며, 신앙인들은 이 시기에 요구되어지는 다양한 덕목들을 마땅히 수행해야 한다라는 식의 강압적인 회유 내지는 협박입니다.

유독 사순시기만 되면 신앙인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들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많았는데, 사순시기만 도래하면 죄책감과 피곤함에 찌든 척 하는 모습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신앙인의 모범 내지는 미덕인 것처럼 은근히 권장되어지는 경향까지 발견되어집니다.

하지만 사순시기라는 것은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들을 견디어 내어야 하고, 심지어 부정적인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식의 태도를 권장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것은, "공포"라는 보편적인 인간심리를 이용하는 비열한 꼼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라는 것은 어째서 은총이 충만한 시기라고 불리우는가?"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이 사순시기라는 것이 어떻게 신앙인들에게 은총이 충만한 시기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순시기의 근본적인 목적과 의미가 무엇이냐라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것을 지난 사순 1주간과 2주간의 강론을 통하여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자비와 닮은 방식으로 자선과 자비를 공정한 방식으로 실행하는 것이 사순시기의 근원적인 목적이자 의미이며, 이 자선과 자비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하느님과의 계약, 그리고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과 하느님과의 계약 때문에 베풀어지는 것이고, 인간이 하느님과의 이 계약 안에서 충실하게 그 계약조건, 즉 하느님의 자비와 자선과 닮은 방식으로 공정하게 자비와 자선을 실행한다라는 계약조건을 이행한다면, 하느님의 자비라는 선물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계약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자비라는 선물이 곧 하느님의 은총이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비와 자선을 공정한 방식으로 실행해야 한다라는 사순시기가 신앙인들에게 은총이 충만한 시기일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하느님과의 계약" 때문입니다. 즉,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인간의 계약 때문에 은총이 충만한 시기라고 불리워진다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순시기라는 것은 어째서 은총이 충만한 시기인가?"라는 이 질문을, 조금 다른 형태로 풀어본다면, 신앙인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또 다른 유익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사순시기가 은총이 충만한 시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라는 것이 하느님과의 계약이라는 것으로부터 근원하는 자비와 자선의 실행이라는 것을 근본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면, 이 사순시기가 신앙인들에게 은총이 충만한 시기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느님과의 계약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로 이 하느님과의 계약에 있어 계약의 당사자인 인간이 이 계약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곧 이 계약의 혜택을 받을 것이고, 이 혜택이라는 것은 곧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즉, 하느님의 은총이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순시기가 은총이 충만한 시기가 될 수 있기를 원하는 신앙인이 있다면, 그 신앙인은 반드시 가장 우선적으로 자비와 자선이라는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께서 그에게 자비를 베풀 것이고, 비로소 하느님의 자비로 인하여 스스로 은총의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해 보자면, 하느님과의 계약에 기초한 계약조항인 자비와 자선을 우선적으로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베풀지 않는 자는 결코 하느님 자비라는 은총의 수혜자가 될 수 없고, 이러한 자에게 사순시기라는 것은 은총이 충만한 시기이기는 커녕, 피비린내와 악취만이 가득한 "회칠한 무덤"의 어둠과 같은 시기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이 사순시기는 은총이 충만한 시간입니까, 아니면 어둠의 시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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