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부활대축일을 맞이하여 시 한편 소개,,,

by 서정범 posted Apr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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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라고 물을 때면, 저는 언제나 "짜장면"이라고 대답합니다. 

우연히 주옥같은 시 한편을 발견하여 나누고자 합니다. 결코 가볍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엄숙함을 강요하지도 않기에,,,

 

짜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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