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자동차의 운행을 지시해 주는 신호등을 보게 됩니다.
빨간등이면 멈추어야 하고, 녹색등이면 진행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란등이면 속도를 즉시 늦추고 정지해야 하며, 노란등이 깜박이면 서행하면서 좌우를 살펴 진행해야 하고, 빨간등이 깜박이면 정지한 이후에 진행을 방해하는 차량이 없음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아울러 회전은 좌우회전을 지시하는 녹색등의 지시에 따라 회전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직진 녹색등일 때 지정되어진 좌회전 차선에서 좌우회전 지시등의 점멸없이 좌회전을 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양방향 직진 교통량이 현저히 적은 경우 이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예외가 적용되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되어지는 사항은, 신호지시에 따른 비보호 좌회전 차량과 직진차량이 충돌했을 경우 과실비율은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더 높다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좌회전을 해도 되지만, 완벽하게 보호해 주지는 않으니 잘 보고 알아서 회전하라는 것이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메시아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마리아님께서는 예수님의 잉태와 출산, 양육과 관련하여 소위 "비보호 좌회전"을 하신 것이라고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천사가 뭐라고 했든, 양치기들이 어떤 증언을 했든, 이스라엘의 나자렛이라는 깡촌의 한 처녀가 혼인하기도 전에 예수의 잉태라는 사건을 받아들인다라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이 스스로를 극단적인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종의 모험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리아님께서는 예수그리스도와 관련되어진 사항들에 있어서 일종의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셨고, 그의 일생을 통하여 끓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일종의 "비보호 좌회전"을 행하셨습니다.
그래서 시메온이라는 노인은 아기예수님을 봉헌하러 온 마리아님께 이렇게 예언합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마리아님과 유사하게 우리 자신들도 살아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것이 일종의 시련일 때도 있고, 고통일 때도 있으며, 과감한 결단의 순간일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은, 끓임없이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것을 두고 고민하고 협력하며 결단을 내리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뜻과 의지의 구현을 위해 제시되어진, 소위 "비보호 좌회전"에 대하여 응답하신 마리아님의 응답태도에 신앙인이라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