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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1 15:41

거룩한 표징 -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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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그 전체가 영혼의 도구이며 표현이다. 영혼은 제집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처럼 그저 몸 안에 머물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지체 하나하나에서 속속들이 작용한다. 영혼은 몸의 모든 선과 자태와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얼굴과 손은 영혼의 뛰어난 도구이며 거울이다.

  얼굴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손을 살펴보자. 자기 자신을 보나 남을 보나 기쁨, 놀람, 기대 등 내심의 희로애락을 손도 나타내준다. 때에 따라서는 말보다도 손짓 하나가 더 많은 것을 말해 주지 않는가. 입으로 하는 말이 어떤 경우엔 말없는 손짓보다도 거칠어 보인다. 얼굴 다음으론 손이 몸의 가장 정신적 부분이라 하겠다. 일하는 도구로서, 또 공방의 무기로서 튼튼하고 강하기도 한가 하면, 곱고 마디마디 날래고 더없이 민감하게 생긴 것도 손이다. 실로 인간이 자신의 혼을 표출할 수 있는 그릇이라 하겠다. 또 남의 혼을 받아들이는 그릇이기도 하다. 남을 받아들이는 것도 손으로 하기 때문이다. 신뢰와 반가움과 공감과 고통이 담긴 손을 마주 잡는다는 것은 바로 남의 혼을 맞는 일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영혼이 할 말 또는 들을 말이 특별히 많은 데일수록 손도 그만큼 더 많은 표현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영혼이 스스로를 바치면서 기도중에 하느님을 모시려는 마당에서는 더욱 그렇다.

  명상에 잠겨 영혼이 하느님과 홀로 머물 때면 마치 밖으로 흘러넘치려던 마음의 샘물이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거쳐 다시 안으로 흘러들어가 하느님과 함께 머물게라도 할 듯 손과 손이 절로 깍지낀다. 이것은 자신을 거두어들이는 동작, 숨어 계신 하느님을 간직하는 동작이다. "하느님은 내 하느님, 나의 하느님의 것, 그리고 우리는 안에 함께" 머문다는 표현이다. 무슨 큰 어려움이나 아픔 같은 것이 안으로부터 북받쳐 터져나오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손에 손이 얽히면서 영혼은 자신을 다스려 가라앉힐 때까지 그 안에서 몸부림친다.

  그러나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님 앞에 서는 자는 두 손을 펴서 마주 대어 합장한다. 수신(修身)과 숭배를 말하는 자세이다. 겸손하고 차분하게 말씀을 아뢰는 한편 귀담아듣는 경청의 자세이다. 자기 방위에 쓰이는 손을 고스란히 묶어서 하느님 손 안에 바치는 것은 항복과 봉헌의 표시이기도 하다.

  때로는 영혼이 환희와 감사에 넘쳐 하느님 앞에 활짝 피어 노래를 부르는 적도 있다. 또한 그리움에 못이겨 부르짖는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두 손과 팔을 펴듦으로써 그 심정을 호소하기도 하고 애타는 마음을 축이기도 한다.

  아니면 자기 자신의 존재와 소유 모두를 모아 제 손으로 하느님께 조촐한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때도 있다. 이럴 경우에 인간은 손과 팔을 가슴 위에 십자가 형상으로 얹게 된다.

  손의 말이란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손을 주신 것은 우리가 "그 안에 영혼을 들고 다니기 위해서"라고 교회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룩한 언어인 이 손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손은 영혼의 내밀을 말해준다. 그러나 또한 마음의 해이와 잡념과 그밖에 좋지 못한 것도 드러낸다.

  그렇다. 손을 바로 지녀야겠다. 그리고 내 속마음이 밖으로의 표현인 손과 일치하도록 힘써야겠다.

  생각해보면 찔리는 말이기도 하다. 하기에도 거북한 소리이다. 그럴수록 더욱 귀담아듣고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손이 한갓 허영의 노리개가 되어서야 쓰겠는가. 하느님이 주신 몸이 영혼의 뜻을 진실로 밝혀주는 언어가 되어야겠다.

 

거룩한 표징 - 로마노 과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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