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오솔길(14)

by 이진기(토마스) posted Jul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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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규칙

기도하기 전에 용서하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성부께 바치라고 요구하신다. 기도는 우리를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지만, 우리 마음이 그분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우리에게 다가오실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아래와 같은 분명한 가르침을 주셨다. :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마태 6,14)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라 와서 예물을 바쳐라.” (마태 5,23~24)

 

기도할 때에 용서가 기도를 위한 필수적인 입문임을 예수님께서는 명백하게 가르치신다. 그분은 먼저 용서의 옷을 입으라고 암시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 그것은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랑의 하느님의 의복을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분은 사랑을 제복, 그리스도인을 구별하는 표시인 제복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만약 우리의 사랑에 용서가 부족하다면 감히 기도 중에 하느님을 뵐 수 없다.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기도 전에 용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서 이를 통해 우리는 형제를 향하게 된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 형제들을 마치 하느님 자신처럼 귀하고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씀인 것 같다.

 

누군가 그대에게 잘못했다면 용서하라! 이는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용서하는 의무를 당연한 일로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우리 역시 용서의 필요성을 분명히 의식해야 한다. 위의 첫 성경 인용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군가에 의해 당하는 거통을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그것을 잊으라고 명하신다. 그것은 쉽지 않다! 이는 숙고와 고요하고도 선한 의지, 아주 너그러운 마음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의지“의 차이점을 보지 못하는 실수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용서하기를 요구할 때 그분은 용서할 “의지”를 말씀하고 계신다. 그분은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다스릴 수는 없지만 의지는 조절할 수 있음을 아신다. 다시 말해 용서할 ‘의지’는 항상 있으나 용서의 ‘감정’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감정은 항상 빠르고 쉽게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청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선을 행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가 망설이지 않고 그들을 도울 때, 우리를 화나게 한 사람에 대해 말을 자제할 수 있을 때, 우리가 마음으로 은밀히 그를 위해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줄 때, 아마 이런 경우에 우리가 진정으로 용서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용서했다면, 이제 우리는 기도를 시작할 수 있다.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 “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조언하시는 것 같다. 서두르지 마라. 너의 첫째 미사에서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위해서는 다음 미사가 있지 않느냐. 먼저 네 형제와 함께 미사를 거행하라(가서 그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네 사랑을 그에게 주어라). 그런 후에 돌아와 나와 함께 미사를 지내자. 그것이 훨씬 쉽다. 첫째 미사(형제를 사랑함)는 둘째 미사(하느님을 사랑함)를 유효하게 해준다.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 “ 이제 우리는 다른 경우와 직면해 있다. …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잘못한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여기서는 하느님께 나아가기 전에 반드시 고쳐야 할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해 말씀하신다.

 

우리가 예수님의 가장 중요하고 단순한 가르침을 실행한다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것이며 하느님과의 관계도 진실해질 것이다. 우리의 기도도 강하고 효과적인 기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의 현명한 충고를 따르지 않는다면 기도는 바리사이의 기도와 같아지고 효과도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기도의 힘을 온전히 체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기도서에 ‘블랙리스트’를 끼워 둔다면 이는 용서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영성체하기 전에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보고 그것을 말끔히 지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 봉헌의 첫째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교만과 이기심의 실체를 매일 매일 대면할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변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