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제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라고 물을 때면, 저는 언제나 "짜장면"이라고 대답합니다.
우연히 주옥같은 시 한편을 발견하여 나누고자 합니다. 결코 가볍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엄숙함을 강요하지도 않기에,,,
짜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