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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는 그리스 문학과 철학에 정통합니다. 세련된 그리스어 문체를 구사하는 루카는 기원후 80년경에서 90년경 사이에 복음서뿐 아니라 사도행전을 쓰며 예수님의 활동 이후까지 전합니다. 루카는 자신의 책을 복음서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루카는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덕분에 우리가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1,39-56)과 예수님의 탄생(2,1-20),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24,13-35)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루카의 관심사는 예수님의 활동과 말씀을 그리스인이 매료될 수 있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당시 이스라엘 백성인 유대인이 아니라). 루카는 고대 서적 시장의 베스트셀러를 써 내는 작가, 예수님에 대해 관심을 일으키는 작가, 예수님을 뒤따르라 부르짖는 작가를 자처합니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전승에 따르면 루카는 화가요 의사입니다. 그런데 두 모습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습니다. 루카는 정말 화가처럼 묘사합니다. 장면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출생과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일종의 세 폭 제단화처럼 정교하게 짜 맞춥니다. 루카는 걸출한 이야기꾼입니다. 분명 루카는 이야기 신학을 처음으로 전개한 사람입니다. 또한 루카는 의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치유 활동을 서술하는 것에 크게 관심을 쏟기 때문입니다. 루카 복음서의 치유 사화는 저자가 의학 용어에 능통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석가들은 말합니다. 아무튼 루카는 다른 어떤 복음사가보다 치유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루카는 예수님을 생명의 영도자로 묘사합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온전한 삶의 비결을 가르쳐 주십니다. 생명에 이르는 길을 우리보다 앞서 걸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과 함께 걷고 우리 인간의 신적 본질을 거듭 일깨우려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느님의 나그네입니다. 루카는 도덕주의자가 아닙니다. 일단 인간을 죄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의 신적 본질을 믿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참된 본질과 만나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손님으로서 인간을 찾아오시고 함께 식사를 나누십니다. 다른 어떤 복음사가도 루카만큼 식사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은 식사를 나누시며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호의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식사를 나누시며 그리스 철학자처럼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이 되십니다.

루카의 증언에 따르면 남자 제자들뿐 아니라, 동등한 자격으로 제자가 된 여자들도 예수님을 따릅니다. 루카는 남자와 여자의 관점을 동시에 다루어야 비로소 하느님을 바르게 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거론되는 비유와 여자가 주된 역할을 하는 비유를 나란히 두고는 합니다. 예컨대 되찾은 양의 비유에 곧이어 되찾은 은전의 비유가 나옵니다(15,4-10).

 

우리가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아주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루카 덕분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의 탄생을 마태오 복음서처럼 요셉의 관점이 아니라 마리아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마리아는 우리에게 신앙의 원형이 됩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에 자신을 내맡깁니다. 그리고 교회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찬가, 매일같이 성무일도로 다시금 새롭게 부르는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1,46-55)을 부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마리아는 일어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아들을 출산할 때 하느님께서 기대하신 바가 무엇인지, 그 모든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이지요. 또한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다시 있으니, 백발노인 시메온과 늙은 과부 예언자 한나입니다.

 

루카는 마르코 복음서나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 예수님의 비유를 전해줍니다.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유는 분명 되찾은 아들의 비유(15,11-32)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가 아름다운 것은 하느님 자비가 우리 마음에 와 닿는 이유도 있지만 루카의 이야기 솜씨가 탁월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른바 루카의 특수 비유에서 저자 루카는 내적 독백이라는 그리스어 특유의 표현법을 사용합니다.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부자는 어떻게 하나?”(12,17) 라며 고민하지요. 비슷한 식으로 되찾은 아들(15,17-19)과 약은 집사(16,3-4)도 혼잣말을 합니다. 이러한 내적 독백을 통해 루카는 독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독자를 비유로 끌어들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루카는 두 형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작은아들은 모든 것을 탕진합니다. 큰아들은 순종하며 집에 머물지만 원망에 사로잡힙니다. 이것은 루카 특유의 표현법입니다. 우리 안에는 대극성(對極性), 예컨대 도전과 순응, 남자와 여자, 빛과 어둠, 마리아와 마르타, 활동과 관상(觀想)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의 대극성을 화합하는 일입니다.

 

루카는 인간의 죄에 대해 아주 이성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약은 집사의 비유(16,1-13)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죄에 떨어집니다. 문제는 우리의 죄를 대하되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아니면 평생 참회복을 입고 구걸하며 떠도는 식의 양자택일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약은 집사는 아주 남다른 방식으로 자기 죄를 대합니다. 그는 제 죄를 갚을 길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에 전부를 겁니다. 사람들 가운데의 사람이 됩니다. 그는 제가 하느님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스스로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갈 까닭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발을 닦은 죄 많은 여자 이야기(7,36-50)에서 루카는 죄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루카는 탁월한 이야기꾼답게 이 이야기에서도 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왔습니다. 죄 많은 여자는 큰 용서를 받아서 큰 사랑을 드러냅니다. 이로써 그녀는 그런 사랑의 능력이 없는 경건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루카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죄인들이, 또는 착한 사마리아인(10,29-37)이나 세리(18,9-14)처럼 죄인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사제나 레위인이나 바리사이보다 하느님에 대해, 그리고 이웃의 필요에 대해 더 예민한 감수성이 있습니다. 경건한 이들에게 배척받던 세관장 자캐오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돌무화과나무에서 내려오게 하여 조건 없이 받아들이시자, 자신의 선한 본성을 드러냅니다(19,1-10).

 

루카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인간적으로 묘사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당신을 죽이는 자들까지 용서하십니다. 그분은 당신 오른쪽의 죄수에게 약속하십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23,43).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 기도드리며 당신 영을 아버지 손에 바치십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23,46). 루카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신 장면을 연극처럼 묘사합니다. “구경하러 몰려들었던 군중도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23,48).

 

루카는 그리스인입니다. 희생 제물과 속죄에 대한 표상을 알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진실로 의로우신 인간으로서 십자가상에서 죽음에 이르시는 모습이 루카에게는 인간이 회개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분의 십자가상 죽음을 바라보며 인간은 변화됩니다. 이러한 변화에 구원의 본질이 있습니다. 믿는 이들은 인간 예수님 속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봅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하느님의 영광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을 거쳐야만 한다고 깨닫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만남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부활하신 그분이 우리와도 함께 길을 걸으시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드시어 함께 머무르신다는 것을요.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우리의 인생 여정에 동행하십니다. 우리가 함께 빵을 나눈다면 언제라도 그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그때는 진실로 그분께서 빵을 떼어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고, 우리 마음을 타오르게 하는 당신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 삶의 신비를, 여정에 있는 우리 실존의 신비를 설명해 주십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라 아버지 영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삶도 많은 고난을 거쳐야만 합니다. 루카에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모든 성경 말씀의 실현입니다. 우리를 구속하는 죽음이란 더는 없다는 것, 생명 없는 무덤도 부활의 빛이 들지 않는 어둠도 그리고 여태껏 묶여 있는 사슬도 더는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분명히 드러납니다.

 

루카는 우리에게 복음서를 묵상하며 읽으라고 권유합니다. 루카가 우리 눈앞에 보여주는 놀라운 그림들이 우리 마음 안에 작용하여 새겨지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그림들이 우리의 하느님상을 왜곡한 부정적 표상을 몰아내게 해야 합니다. 루카가 묘사하는 장면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 보고, 또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당시 사람들이 예수님과 만남에서 체험한 바가 우리에게도 일어나게 됩니다.

 

루카는 다른 어떤 복음사가보다 예수님을 기도하는 인간으로 묘사합니다. 기도는 우리가 예수님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루카 복음서를 기도하는 인간으로서 읽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드러난 아버지의 사랑을 바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끊임없이 기도 속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깨닫습니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가짐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루카는 우리에게 복음서를 묵상하고 기도하며 읽으라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로써 우리는 의롭고 독실한 인간, 진정한 인간에 대한 그리스철학의 이상을 실현한 인간, 하지만 동시에 예수님의 특징인 사랑과 연민과 밝음을 반영하는 인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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