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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주님을 만나는 시간(마르티니 추기경시리즈)                

쉼, 주님을 만나는 시간,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

                                             안소근 옮김, 가톨릭출판사 2019

 

 

 

 

P 45-48

 

예수님께서 아버지라 부르시는 분

 

주님의 기도는 아버지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것은 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편은 하나도 없고, 성경의 몇몇 기도들에서 때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렇게 건조하게 시작되는 기도는 오직 주님의 기도 뿐입니다. 마태오는 루카에 비해 더 장엄하고 수사학적으로 이를 확장하여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아버지라는 호칭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그분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말할 때에는 어떤 의미가 더해지는지를 찾아볼 것입니다.

 

()

 

아버지라는 단어

- 이 단어는 그 자체로서는 명확한 것이 아니며, 수많은 의미를 지닐 수 있고 많은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친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을 수도 있고, 미지근할 수도 있고, 소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호칭은 우리의 내면생활과 우리의 영에서 많은 측면을 건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버지는 생물학적 생명을 주는 사람이고, 어머니와 함께 그 생명을 시작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우리를 강한 방식으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성경은 아버지가 벌주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주저 없이 기억합니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버지의 견책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견책하시고 시험하실 때에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힘있게 교육하는 역할도 아버지의 전형적인 특징이기 때문입니다(히브 12,7-11 참조).

 

   또한 아버지는 길러 주는 사람으로서 자녀들을 부양하고, 그들을 보호합니다. 아버지의 품에서 우리는 힘을 되찾습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을 찾아 아버지의 품에 달려들고, 아버지가 그를 끌어안을 때에 위험을 보지 않기 위하여 눈을 꼭 감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보호와 위로의 상징이 됩니다.

 

   아버지는 전통의 힘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버지의 이름을 말할 때 우리는 곧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뿌리를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입에 담아 주시는 아버지라는 호칭에는 이 모든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그친다면 누구라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예를 들어 히브리인들, 인격신을 인정하는 모든 이들) 주님의 기도를 바칠 수 있기는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는 아주 정확한 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특별한 의미 깊은 한 가지가 바로 예수님의 세례입니다.

 

    그분께서는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기 위하여 요르단 강으로 가십니다. 요한 세례자는 이를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계속 주장하시고, 요한 세례자는 동의합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6-17) 그러므로 아버지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버지는 첫 번째 단어가 아니라 두 번째 단어입니다.

 

   첫 번째로 말씀하시는 것은 아들, 내 소중한 아들, 지극히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라 부르시는 분, 예수님을 아들이라 부르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산상 설교 전체에 뚜렷하게 현존하십니다. 산상 설교에서는 예수님께서 그 설교의 중심에 있는 주님의 기도 앞에서 아버지를 여덟 번 언급하시고, 주님의 기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아버지를 언급하십니다.

아버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부성을 우리에게 전달하시며, 우리를 당신 자녀 됨에 참여하게 하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분명하게 이렇게 단언합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15)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성령을 주시고, 우리는 그분의 성령 안에서 아버지”, 예수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성령께서 몸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십니다. 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로마 8,16-17)

 

   성부께서 성자를 낳으시는 것이 영원하고 시간과 무관하다는 것, 하느님 아버지께서 지금도 당신 아드님을 낳으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자녀들로서 낳음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자녀들이라는 것이 우리의 신원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깊은 존재를 규명합니다. 그 시작은 세례 때에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 지속됩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소중한 아들,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시고 우리는 아버지라고 응답합니다.

 

   이것이 아버지라는 단어의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모든 의미는 여기에서 나옵니다. 양육자인 아버지, 교육자인 아버지, 피난처인 아버지, 의지할 아버지, 위로를 주는 아버지,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낳으셨기에 우리를 벌하고 정화하기도 하는 아버지.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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