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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주님을 만나는 시간(마르티니 추기경시리즈)

 

p 96-98

  

 

갚을 수 없는 빚

 

한 마리 한 마디를 살펴봅시다.

- 루카 복음서의 저자는 더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루카 11,4) 그러나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더 오래 되고 드물며 원래 표현인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직역: 저희 빚을 사해 주시고)”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히브리어 성경이나 그리스어 성경에는 죄, 악행, 불순종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빚이라는 개념을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이란 은유적인 개념입니다. 돈으로 진 빚을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빚이라는 개념은 관계적인 것입니다. 죄의 개념은 법에만 연관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법이 있고, 그것을 어기는 죄가 있습니다. 계명이 있고, 계명을 벗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빚은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빚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그것이 단순히 우리의 일탈이나 위반, 실수, 불법 행위가 아니라 그분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것임을 상기시키십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번역해도 맞지만, 그 죄가 하느님과의 관계를 깨드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는 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내가 빚이 있지만 언젠가 갚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께 진 빚은 결코 갚을 수 없습니다.

 

  마태오는 매정한 종의 비유에서 이를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는 자기 종들과 셈을 하려는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임금이 셈을 하기 시작하자 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 하나가 끌려 왔다. 그런데 그가 빚을 갚을 길이 없으므로,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과 아내와 자식과 그 밖에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갚으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제발 참아 주십시오. 제가 다 갚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종의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를 놓아주고 부채도 탕감해 주었다.”(마태 18,23-27) 처음에 주인은 종에게 자신을 팔 것을 요구하지만, 나중에는 자비를 간청하는 것을 들어주고 빚을 탕감해 줍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 앞에 서 있는 것을 전제합니다. 우리는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관계를 깨뜨렸고, 그 관계가 우리에게 무상으로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힘으로는 그것을 회복시킬 수가 없습니다.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는 참으로 핵심적인 청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빚이 얼마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비유는 우리에게 만 탈렌트라고 말하지만,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베푸신 것에, 영원에서 우리를 끌어 안으시고 돌보시고 원하시고 지탱하신 사랑에 비긴다면 우리의 빚은 계산할 수도 없고, 그분께서 다시 무상으로 그 빚을 탕감해 주지 않으신다면 그것을 갚을 길도 없습니다.

 

 

-카를로 마르티니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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